요르단에서 이스라엘을 넘을 때 '이스라엘'을 갔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통과하는 유일한 통로는 '킹후세인다리' 이다. 이후 이슬람 국가를 여행할 때 이스라엘 비자의 흔적 혹은 도장이 남아 있으면 무조건 거부되는 중동의 핫 포테이토 이스라엘.

킹 후세인 다리를 건너 국경까지, 이렇게 삼엄한 경비는 시리아 전쟁 발발한 국경지대 이후 오랜만이다.
신발과 모자를 벗고 모든 짐을 엑스레이에 통과하고 우선 거기까지가 1차 통과 지점.

내 가방 깊숙한 곳에서 폭탄으로 추정되는 의심쩍은 물건이 발견되었다고 웅성거렸다. x-ray에 나온 가방 속 물건은 길이 5센티의 다리가 있는 최신형 무기로 의심, 순간 경비대는 긴장하고 알람은 울리고,
나는 영문도 모른체 얼떨떨- 혼자 격리되고 가방은 분해됐다.
나온 것은 미니 삼각대.

이렇게까지 액땜을 하다니 더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막연한 생각은 1시간만에 산산조각 났다. 절대 내 여권에 도장을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기다리라는 말에 뭐 좀 기다리겠거니 했던 생각이 1시간 2시간 3시간이 넘어 마무리되었다. 그것도 위아래로 훑어보는 삼백안의 이스라엘 군인 아가씨의 '너 왜 이런 나라들을 다녀온 거니?(이란, 파키스탄 등을 의미함)' 의 'just travelling' 이라는 대답으로.

그렇게 힘겹게 국경을 넘어 버스를 타고 달리는 이스라엘은 그야말로 황야였다. 지져스가 어디에서 나타나도 놀랍지 않을 것 같은 풍경. 그 풍경을 너무도 담고 싶었는데 역시나 국경지대는 사진 금지. 고도가 높은 지역에 있을 법한 벌거벗은 다양한 빛깔의 갈색의 언덕이, 황량함을 대변이나 하는 듯한 억센 수풀과 삐죽거리는 바위로 살짝 가려져 있었다. 온전히 다른 토양이구나 라고 내가 봤던 수많은 곳들과 또 다른 땅의 기운에 기분이 묘했다. 카라코롬 지역에서 다시는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국경 지대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의외로 긴 2-3 시간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었다. 언제나 그 나라의 첫인상은 땅, 흙의 색, 나무의 느낌, 그리고 처음으로 묵는 호텔의 분위기로 결정된다. 예루살렘의 도미토리의 방은 그야말로 multicultural- 배낭여행객 사이에서 불청객으로 칭송받는 이스라엘 배낭족 중에, 어디 태생인지 알 수 없는 듯한 묘한 분위기로 인도의 장식과 중동의 느낌으로 혼자 다니는 여행객이 있다면 그 사람도 역시 이스라엘 사람이다. 이 도미토리는 그런 이스라엘 사람의 냄새와 비슷했다.

그리고 내 여행은 생각지도 못하게도 성지순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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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usalem, Israel(click for enlar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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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usalem, Israel(click for enlargement)

예루살렘의 사진은 많지 않다, 나의 가득한 편견이 예루살렘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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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01:41 2008/07/15 01:41
Posted by wanna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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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신날이 몽골리아로 가는데,
마치 내가 일 년 동안 간 곳은 조금씩 나누어서 정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일시불과 할부 같은?

이집트와 요르단을 간다고 했을 때, 이집트 사진을 방출하면서 로망을 부추겼는데
몽골리아 사진은 부추길만한 것이 없다. 카메라를 도둑맞아서.
울란바토르의 외곽에 유명한 블랙마켓(통칭 이렇게 불리는)이 있는데,
거기 갈 땐 겉옷도 벗어두고 갈 것.

가이드북 없이 여행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이렇게 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대비법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뭐 따지자면 주의해도 당하는 경우가 있으니 결국 하기 나름인 것도 같지만.
-대체로 대부분의 가이드북은 너무 겁을 준다.

고비사막에서 죽을 만큼 고생하고, 다녀와서 닷새 만에 3킬로가 빠지고- 몸살에 걸려 며칠 간 앓아눕고 나서 기분을 풀러 간 시장구경에서 앞에 당당하게 내놓은 카메라가 소매치기당하는 건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1기가의 메모리카드 안에는 석양일 때의 고비사막 모래 언덕이 있었으니까.
어린 부랑자를 따라가서 너희가 그런 얘들이 아닌 거 알지만, 혹시 그런 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알면 좀 알려달라고 사정사정, 경찰서에 가서 안되는 영어와 몽골어로 카메라 분실신고, 나중에는 대사관까지 찾아가서 이럴 때 대처방법이나 유통되는 시장을 아느냐고 전화까지 하며 난리를 쳤지만, 결국엔 찾지 못했다.

여행을 시작한 지 보름이 겨우 넘었을 때였다. 그 일로 정말로 돌아오고 싶었다. 카메라도 이렇게 간단하게 소매치기당했는데 그 이후의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내가 대처할 수 있을까, 무서웠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괜히 울고, 혼자서 자신의 실수를 곱씹으며 내장을 꼬며 방구석에 틀여박혀 있자니 우울함이 울란바토르의 그 넓은 하늘을 마구 뒤엎었다.

그때 신날에게 선물 받은 '나는 걷는다' 라는 책을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GPS에만 의지하고 걷다가 그것이 자신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땅에 묻어버렸다는 대목에서 눈물이 나왔다. 이 사람은 있는 것을 버리기까지 하는데! 거기다 자신의 방향을 일러주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도구를! 나는 단지 추억을 사진으로만 간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어 머쓱해졌다. 그 오감을 열어 느꼈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내 안에서 쌓여 갈텐데. 온갖 생각이 머릿속의 헤집었지만 말끔해졌다. 계속 걷자, 움직이자.

그래서 카메라 없이 테흘지 공원을 갔다 오고, 호수 근처를 다녀왔다. 물질적인 것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돌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은 다른 모든 곳보다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다.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너의 선물처럼, 몽골리아의 여행이 너에게 큰 선물이 되기를!
-그런 목적으로 쓴 글치고는 뭔가 위협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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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14:14 2008/06/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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