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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tice] About this webpage: for the record of my traveling (9) 2008/03/26
  2. 아디스아바바의 라자냐 (2) 200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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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부터 2005년 7월까지,

아시아: 태국, 중국, 몽골리아, 티벳, 인도, 네팔, 파키스탄
중동: 이란, 터키,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
아프리카: 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을 육로로 다녀왔다. 경비는 준비물(카메라, 배낭, 운동화 등등) 다 포함해
약 8000US dollar(=800-900만원)가 들었다.

2004년 8월 이전, 2004년 5월에 일본을 다녀왔고,
2005년 7월 이후, 2006년 4월에 유럽을 다녀왔다.
                       2007년 6월에 일본을 다시 다녀왔다.


2004년 5월 이전에는 한국을 혼자서 돌아다녔다.

그리고 올해, 어쨌든 다시 한국을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여행기에 대하여.
안타깝게도 수많은 단상과 마찬가지로 내 여행에는 그렇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거기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으로 생각날 때마다 썼기 때문에 일관성이 부족하다. 여행자체의 목표가 많은 다양한 풍물을 본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그렇다고 뭐냐고 물으면 굉장히 관념적일 수 있다;- 더더욱 여행기에서 팩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그렇다고 여행 정보가 아예 없냐고 한다면, 기억과 기록의 한도 내에서는 충분히 업데이트나 답변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 참고로 내가 다닌 developing countries의 사정은 시시각각 변하므로 아마 웹에서 찾은 몇 년 전 정도 같은 건 이미 무용지물이다.

+
what I want
여행이라는 것은 '붐' 하고 갑작스럽게 사람이 변한다거나 하게 하질 않는다. 길게 오래 혼자 여행했다고 전혀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가는 일이나 한국에서 오랫동안 직장을 하는 것보다 어쩌면 훨씬 더 간단하다. 아니면 단지 삶의 방식, 즉 무엇이 자신에게 더 자연스럽냐 하는, 의 차이 정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 여행은 긴 타향지에서의 삶은 어딘지 이어져오던 삶의 한 부분을 베어버린 듯한 간결함 혹은 단절감이 있다. 일일이 세부적인 그 때의 상황 같은 것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기간 동안의 경험이 깨끗하게 닦여진 거리의 붙은 껌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그 시간으로 그 느낌으로 돌아가게 하는 확연한 얼룩 같은 것. 그냥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아마 내 여행기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사설로 가득찰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짜피 역사 역시 한 개인의 관점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모래탑이라는 관점이 강해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스스로에게 아쉬운 것은 더 많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 그 당시의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것.

여하튼 말은 길었지만, 그냥 내 여행에 대해서 한 번은 정리하고 싶었다는 욕심을 밝히고 싶었던 것이다. 여러번 시도했었지만 계속적으로 실패했던 '정리'의 모습으로. 언제나 홈페이지를 엎을 때마다 하는 반복적인 습관처럼.

2008/03/26 00:02 2008/03/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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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쟈냐를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곳은 놀랍게도 에티오피아다. 그 전부터 그리던 라자냐의 이상향이라는 것이 에티오피아의 라자냐라는 거다.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는 놀랍도록 우울하고 가난하고 작은 도시다. 넓은 호텔 부지나 정부청사(대통령궁)을 제외한 곳에서는 녹색의 식물도 보기 어려운 황토색의 그런 도시, 그나마 그 럭셔리한 궁 옆에는 쓰러져가는 초가집들과 집없는 사람들이 당연하게도 있다. 여튼 그런 곳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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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s Ababa


그런데 거기서 최고의 라쟈냐를 조우하게 된 것은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거창하게 시작한 김에 계속 거창하게 나가고 있다. 내가 묵던 싸구려 호텔 근처에 허름한 이층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뭐 에피오피아 내에서는 나름 비싼 식당이지만, 우리나라 80년대 치킨집 분위기로 뭔가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싸구려 인스턴트 취향의, 뭔가 미묘하게 체인점이 있을 것 같은 그런 이탈리아 음식점이었다.

에티오피아 음식은 대체로 야채나 나물(?)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고, 전통음식인 '인제라'도 그 독특한 향에도 불구하고 꽤나 맛있는 편이었지만, 계속되는 양고기 러쉬라던가 달걀을 이용한 요리에는 진저리가 났다. 조금은 익숙한 요리가 먹고 싶은 날이 계속되고, 내 향수병도 아주 극도에 달했던 시기였다. 날씨는 점점 우기를 향해가서 하루에도 몇 번 씩 날씨가 변하는 그런 아디스아바바에서의 하루하루. 그 하루하루를 난 그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매 끼니를 떼우곤 했다. 그 식당에 만난 이탈리아 아저씨는 자기네들 맛과 거의 흡사한 맛을 낸다며 매우 흡족해 했고, 여하튼 우리는 그 레스토랑의 메뉴를 무작위로 다 골라 먹기 시작했다. 피자니 파스타니 라자냐니 하는 그런 것들.

그 레스토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메뉴가 라자냐였다. 아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라자냐라는 말은 원래 구운 접시라는 뜻이라고 했던가. 뜨겁게 달궈진 라자냐 접시에 널찍널찍하게 자리 잡은 면이라고 해야 할지 반죽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것들이 토마토 소스와 겹겹히 쌓여서 신선한 치즈 정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뜨거운 기운이 가득, 그 세가지 재료만 들어있는 그런 단순한 라자냐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치즈와 신선한 토마토소스,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라자냐 면. 아 내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느낌까지 온전히 그리지 못했으리! 너무나 진심으로 그리워져버리는 거다. 아디스아바바의 라자냐라는 그 억지스럽게 보이는 그 조합이.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나라들 중에서 유럽의 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고 했던가,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했는데 아주 잠깐 이탈리아의 침입이 있었다. 침입이라 해야 할지 잠시간의 통치라고 해야할지, 미묘한 상태. 여튼 그 때 먹을 것에 대해서라면 양보없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화덕이니 뭐니 재료들을 통째로 다 싸들고 와서 그 맛을 내려고 했다고. 그 짧은 기간에!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피자니 라자냐니 하는 것들도 물론 엄청나게 맛있었지만, 그 향취랄까 풍류랄까- 괴리감이랄까. 단순히 눈으로 느꼈던 허기를 배로 채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맛있게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에티오피아에서의 라자냐는 나에게 너무나 깊은 인상을 남겨서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음식은 생각나지도 않는거다. 아마 이런 것이 아프리카를 간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되지만ㅡ 대체할 수 없는 파워풀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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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s Ababa



아직도 그 거리의 풍경과 그 레스토랑의 위치와 맛이 너무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다시 아디스아바바의 어딘가에 던져놔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나름 엄청 돈이 많이 들었을 이탈리아 국기색으로 꾸며놓은 프라스틱 의자가 빼곡했던 그 식당과, 싸구려 호텔의 냄새와, 그 우기의 냄새, 그리고 그 중에서 최고로 맛있었던 라자냐의 향과 맛. 아, 내일은 기필코 라자냐를 먹어야겠다.

2008/03/24 16:12 2008/03/24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