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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극 (9) 2008/06/19
  2. 혼자 아프지 말고. (6) 200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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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신날이 몽골리아로 가는데,
마치 내가 일 년 동안 간 곳은 조금씩 나누어서 정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일시불과 할부 같은?

이집트와 요르단을 간다고 했을 때, 이집트 사진을 방출하면서 로망을 부추겼는데
몽골리아 사진은 부추길만한 것이 없다. 카메라를 도둑맞아서.
울란바토르의 외곽에 유명한 블랙마켓(통칭 이렇게 불리는)이 있는데,
거기 갈 땐 겉옷도 벗어두고 갈 것.

가이드북 없이 여행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이렇게 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대비법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뭐 따지자면 주의해도 당하는 경우가 있으니 결국 하기 나름인 것도 같지만.
-대체로 대부분의 가이드북은 너무 겁을 준다.

고비사막에서 죽을 만큼 고생하고, 다녀와서 닷새 만에 3킬로가 빠지고- 몸살에 걸려 며칠 간 앓아눕고 나서 기분을 풀러 간 시장구경에서 앞에 당당하게 내놓은 카메라가 소매치기당하는 건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1기가의 메모리카드 안에는 석양일 때의 고비사막 모래 언덕이 있었으니까.
어린 부랑자를 따라가서 너희가 그런 얘들이 아닌 거 알지만, 혹시 그런 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알면 좀 알려달라고 사정사정, 경찰서에 가서 안되는 영어와 몽골어로 카메라 분실신고, 나중에는 대사관까지 찾아가서 이럴 때 대처방법이나 유통되는 시장을 아느냐고 전화까지 하며 난리를 쳤지만, 결국엔 찾지 못했다.

여행을 시작한 지 보름이 겨우 넘었을 때였다. 그 일로 정말로 돌아오고 싶었다. 카메라도 이렇게 간단하게 소매치기당했는데 그 이후의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내가 대처할 수 있을까, 무서웠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괜히 울고, 혼자서 자신의 실수를 곱씹으며 내장을 꼬며 방구석에 틀여박혀 있자니 우울함이 울란바토르의 그 넓은 하늘을 마구 뒤엎었다.

그때 신날에게 선물 받은 '나는 걷는다' 라는 책을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GPS에만 의지하고 걷다가 그것이 자신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땅에 묻어버렸다는 대목에서 눈물이 나왔다. 이 사람은 있는 것을 버리기까지 하는데! 거기다 자신의 방향을 일러주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도구를! 나는 단지 추억을 사진으로만 간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어 머쓱해졌다. 그 오감을 열어 느꼈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내 안에서 쌓여 갈텐데. 온갖 생각이 머릿속의 헤집었지만 말끔해졌다. 계속 걷자, 움직이자.

그래서 카메라 없이 테흘지 공원을 갔다 오고, 호수 근처를 다녀왔다. 물질적인 것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돌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은 다른 모든 곳보다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다.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너의 선물처럼, 몽골리아의 여행이 너에게 큰 선물이 되기를!
-그런 목적으로 쓴 글치고는 뭔가 위협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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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14:14 2008/06/19 14:14

혼자서 아프지 말고!
그게 젤 서러워

맞아,
또 말라리아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이번에는 약간 다른 버전,
같은 상황이라도 느꼈던 것들은
말 그대로 백만가지가 넘으니까,
그 중 말하지 않았던 경험.

뭔데?

나는 그러니까 이제 혼자서 아픈 건 사실 생각보다
엄청 잘 견디게 된 거야.
두 번째로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아프리카에서 휴양지로 유명한,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에 있었거든
한국인들에 있어서 괌 정도랄까, 하여튼 그런 느낌.

어떤 분위긴지 알 것 같아.

그래, 야자수가 있고, 하얀 모래가 있고, 해먹이 있고,
바다는 상투적인 에메랄드 빛, 언제나 들어가도 딱 좋은 바닷물 온도,
뭐 그런 곳.
왜 그리고 그런 곳엔 말이야,
괜찮은 바닷가 옆으로 호텔 촌이라고 해야 하나,
커플이나 가족 단위로 쓸 수 있는 개인적인 움막(?)들이
각각 세워진 일종의 리조트들이 섬에 널려 있잖아.

그런 델 니가 왜 가니?
혼자였잖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해변을 가고프면 그 섬의 유일한 번화가에서 차를 타고
그나마 길이 있는 섬 중앙 부분에서 내려서,
숲을 헤치고 해변까지 가야하는 거야.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해서 바닷가에 가진 않잖아?
다들 지무시라고 하던가 하는 봉고차에 대량의 여행객들을 태우고
한 번에 그 해안가로 가게 되는 거지.
섬인데도 바다를 보려면 그런 방법밖에 없고,
숙소에 대한 선택의 여지도 너무나 협소했어.

그래, 알았어,
근데 그래서 말라리아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 거야?

들어봐, 이제 나오니까.
그 섬의 도심지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말이야.
싼 호텔에서 세팅해준 구멍이 난 모기장을 테이프로 철저히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발견하지 못했던 모기장의 구멍을 발견했어.
하루 정도야 뭐, 라고 생각했는데-
그 승합차를 탄 순간부터, 말라리아에 대한 고유한 느낌이 오는 거야.

그런 느낌이 있어?

응,
너무나도 확연하게, 부정할 수 없는 이 병이구나 하는 느낌이 말라리아에는 있어.
맹장염이나 편두통처럼 특정한 부위가 아픈 것도 아닌데
몸에서 '이건 말라리아야' 라는 말을 마구 쏟아내는 듯한 그런 느낌.

하지만, 난 이미 버스에 탔고 돌아갈 수도 없고 정신이 없잖아?
그 느낌이라는 것이 마치 점점 의식을 놓고 싶어지는 그런 거라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
잠깐의 기절이 무한 반복.
그러니까 잠시 기절했다가 깨면 해변에 도착, 다시 자다가 깨면 또 다른 해변
이런 식이었던 거야. 그런데 그나마도 그 해변에 있는 리조트는 비싸서
그렇게 아픈 대도 흥정을 하고 자지 않겠다며 고집을 피우기까지 했지.

도대체, 넌.

나도 내 몸에 대한, 혹은 건강에 대한 믿음이 너무 과했었던 거지.
그러다가 도미토리방이 있는 리조트에 운전사가 내려줬어,
그 리조트가 사람은 없지만 아는 사람만 오는 아주 조용하고도 너무나 아름다운 그런 곳이었어.
그건 일종의 불행과 행운은 함께 오는 그런 경험의 시작이었던 거야.
그때 그곳이 처음부터 목적이었던 영국인 커플과 함께 내렸지.

그래서? 걔들이 좀 도와줬니?

글쎄.
아무래도 말라리아에 걸린 것 같다니까 괜찮으냐고 한 두어 번 챙겨주긴 했지.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지.
하지만 그리곤 한 30평은 족히 넘어 보이고
침대가 25개가 쫙 펼쳐져 있는 도미토리방으로 나 혼자 들어갔어.
유일한 도미토리 손님이었어, 내가.
아까 말했듯, 이런 곳에는 기본적으로 다들 hut에 자기만의 공간에 들어가니까.
그 커플도 마찬가지였고.

그게 불행이지,
혼자 25개의 침대 중 맨 마지막 침대에 누워 기절하고 깨고 정확히 24시간을 그렇게 앓았어.
나 한국에 와서 재발했을 때 119에 실려갔잖아, 파랗게 질려서. 그런 상태였던 거야, 딱 그대로.
너무 아파서 잠도 오질 않아, 신음은 저절로 나오고, 그러다가 기절해버리는 거지.
약을 먹고 물을 마시고, 아무런 음식을 먹을 수조차 없었어. 아니 일어나지도 못했으니까.
정말로 너무 아파 울면서 진심으로 그냥 계속 기절해있었으면,
아예 일어나지 못했으면 하고 바랐어.
기절하고 정신이 들 때마다 옆의 빈 많은 침대을 보면서,
마치 내가 유령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
다음번 정신이 들 때도 계속 아프면 응급실로 가자고 생각을 했었지,
한 스무 번은 넘게 그랬었나봐.

....

아프리카 말라리아는 한국형이랑 달라서 그렇게 하루가 미친 듯이 아프고 나면
그 다음 날은 거짓말처럼 괜찮아. 마치 평생 걸린 몸살감기가 하루에 몰려서 오는 것과 같거든.
그때부터는 나름 행운이었지, 휴양하기에 여기만큼 좋은 곳이 어디에 있겠어?
해먹에서 낮잠을 자고, 바닷가에서 사람들과 노닥거리고, 바닷물에도 살짝 몸을 담그고,
그늘에서 책을 읽고, 그 해안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생선을 먹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거야.

그러다가 그 영국인 커플의 hut을 볼 기회가 왔지.

그래서?

마치 행복이 상대적인 것 같았어. 나아서 다행이라고 몸이 아프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즐겁고 좋았는데 함께 그렇게 그런 오두막에서 즐겁게 보내는 모습에
혼자서 앓았던 내 모습이 겹쳐지는 거야. 우울 역시 상대적이지,
그 그림이 그 하얀 침대들의 배경들이 어찌나 회색빛이었는지.
다시는 혼자서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너무나 내가 불행하게 느껴졌거든.

하지만 우스운 건,
혼자서 다니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이행보다는,
혼자서 아파도 더는 그때보다는 서럽지 않겠구나 싶어서
별로 혼자인 것이 두렵지 않다는 거야.

정말 우습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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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nzibar, Tanzania


2008/06/13 00:28 2008/06/13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