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 go anywhere/Africa::Sudan-Ethiopia-Kenya-Uganda-Tanzania'에 해당되는 글 15건

  1. 값싼 동정 (3) 2006/07/24
  2. 아침의 기분 (5) 200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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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베라(Lalibera::에티오피아)의 교회


하릴 없이, 두서 없이, 나른한 일요일 저녁에 TV 채널을 마구 바꾸다가 어메이징 레이스가 나와 잠시 리모콘 조작을 멈췄다. 항상 오래 보지는 않지만, 어메이징 레이스에서 촬영된 곳을 확인하는 습관이 남아 있다. 멍- 하게 보고 있는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싶었더니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많이 아니 가본 나라가 얼마 되지 않지만, 어쩐지 그 분위기라는 것은 사뭇 비슷해서 아프리카의 그 어떤 나라가 나와도 그저 반갑다. 보통은 어디인지 확인만 하고 채널을 돌리기 일쑤인데, 왠지 반가운 생각에 잠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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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르(Harar:에티오피아)의 골목: 비오기 직전


그 때, (미국 프로니 대체적으로 미국인이 출연하지만) 미국인 처럼 보이는 모녀가 케이프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빈곤가를,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하지만, 어떠한 사정인지 간다. 나레이션으로 '사람도 친절하고, 너무나 인간적이고 좋다. 참 XX(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가 아이들에게 썬글라스를 주라고 했지.' 하고 하면서 얘들을 불러 썬글라스를 나눠준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사는 아이들은 공짜로 받은 그 물건에 너무나 기뻐하고, 준 사람도 그 기뻐하는 모습에 이렇게 싼 물건에도 저렇게 기뻐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뭉클해한다. 뭐 물론 카메라는 멋지게 페이드 아웃.

전후를 잘 보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그 선글라스를 아이들에게 주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 영상을 보는 순간, 분개했다.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당신네들의 그런 싸구려 동정심 때문에 저 아이들은 관광객에게 구걸하는 것 밖에 배우지 않는다고! 운 좋으면 공짜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들 삶에 더 노력할 부분이 보이겠냐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썬글라스를 주는 것으로, 지금까지 먹을 것이 없어- 일사병으로- 그런 것으로 죽어가는 몇 천명의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이 쉽게도 씻어진냐며 마구 비난했다. 그런 값싼 동정으로 양심을 속이고 그 때의 허무맹랑한 감상에 자신이 작은 선행에 행복해하는 그 모습에 배알이 뒤틀렸다. 젠장, 제기랄. 당신네들 때문에 쟤네들은 계속 저렇게 빌어먹을 거라고!

마음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그런 구역질에 한 참을 열받아 있다가, 저 모든 말들은 결국 나에게 하는 말과 다름이 없음을 발견한다. 제기랄, 그래서 나는 무엇을 했냐고. 차라리 저런 값싼 동정이라도 나을까. 단연코 아니라고는 해도, 차라리 저 값싼 동정으로 백내장을 방지에 목숨을 이어가는 편이, 그냥 죽는 편 보다 나을까. 뭐가 다르냐. 내가 안타까워 한 들, 설득을 한 들, 직접적인 도움은 하나 없는데. 사회에 대한, 세계에 대한 나의 전반적인 무력감은 항상 나를 저 밑 끝까지 좌절시키고.

결국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 행복함을 느끼는 것 뿐이라면, 쉽지는 않지만 해나갈 자신은 있다. 하지만, 그들을 모른 척 하면서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젠장, 공부는 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면, 책을 보내달라고 했던, 에티오피아의 많은 친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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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르(에티오피아)의 타이어로 만든 신발을 파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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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장임::에티오피아 아이들

2006/07/24 14:38 2006/07/24 14:38
뭔가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항상 집 밖으로 나설 때면 발걸음은 꽤나 가볍고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물론 통근용 지하철을 타는 순간 세상을 저주하긴 하지만.

리플을 쓰다가 아침을 시작하다가 떠오른 생각인데, 바쁠 수록 더 자주 '여행의 기분'을 접할 때가 많다. 뭐랄까, 그 기분이라는 건 바쁜 와중에 난데없이 섬에 혼자 톡 하고 떨어지는 듯한 느낌인데, 그게 굉장히 구체적이라는 것이 내가 말하는 '여행의 기분' 이라는 것일 듯. 덕분에 나의 룸메이트가 내 입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분명 이런 말들이다. "아, 왠지 기분이 케냐 같아." " 아, 여기는 에티오피아?" "엇, 이건 크리스마스 때의 이란 같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100% 미친 년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기분임에도 불구하고, 뭐라고 구분하기 어려운 때가 처음에 말했던 아침 때. 뭐랄까- 춥든 덥든 아침의 모든 곳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비슷한 기분으로 같은 움직임으로. 차갑지만 춥지 않는 공기, 땅이 조금씩 깨어나 진동하는 기운, 어딘가 모르게 부산스럽지만, 그럼에도 차분한 그 기분. 어느 골목에서는 아침부터 땅을 쓸기도 했고, 어느 동네에서는 아침부터 땅 굽는 냄새가 나고, 어느 공원에서는 새들이, 시장 근처에서는 물건을 진열하고, 다들 현실로 돌아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들을 관찰하고.

지금의 나는 내가 관찰했던 그 많은 사람들처럼 일을 하러 가는데, 어느새 남 일처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퍼득 마음을 동여매면, 그 때의 기분만이 가슴에 남아 나도 모르게 늙은 이처럼 먼 산을 응시, 미소 짓고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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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purna, Nepal


-잠시 기다리시면 슬라이드 쇼(!) 로 사진이 지나갑니다.
2006/07/19 17:57 2006/07/19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