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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하 철도 999 (8) 2006/07/06
  2. 나의 게으른 에티오피아 (1) 200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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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철도 999 >라는 단어를 적은 후부터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상이 있다.

우기가 오기 직전의 에티오피아에서 랭보가 살았다던 정보 하나만을 가지고 하라르 라는 곳을 가는 중이었다. 우기가 오기 전의 더위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했고, 버스 안에서 산 망고는 진뜩 거리고 내 옆자리 아저씨는 치근댔다. 사막의 황홀한 그런 황량함이 아니라 콜라 빈 병들이 굴러다니는 아스팔트도 아닌 도로를 새벽 부터 달리고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밤에는 무장 강도들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절대 밤에 운전하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꽤나 땅덩이는 넓어 하루 만에 가기 위해 대부분의 차들은 새벽 5시면 출발하곤 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움직이는 것이 항상 너무 부담스러웠다.

하라르는 지도상에서 아디스아바바로부터 엄지손톱 정도의 거리다.
아디스아바바에서의 그 묵직한 외로움은 아침 일찍 가방을 들쳐 메고 가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 없게 했다.
항상 으차 하며 배낭을 둘러매고 느슨한 신발 끈을 단단히 묶을 때면, 모든 것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럴 때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조차 아무렇지가 않다. 하지만 몸은 그렇지만도 않아서 버스를 탄지 한 시간만 지나면 유리창에 한 참 머리를 박고 있다. 머리카락은 얼굴로 다 쏟아져 내려 얼굴을 벅벅 긁고는 또 한 참을 잔다. 그러다 일어나 보면 어느새 점심때가 되어 그 좁은 틈새에서 다들 무언가 쥐고 먹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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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그랬다. 자다 일어나 전 날 밤에 사두었던 망고를 꺼내서 들지도 않는 칼을 가지고 한 참을 먹고, 새벽엔 추워서 껴입고 있던 것들을 구석에 박아둔 채, 멍해져서 밖을 보고 있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 황량하던 곳 저 끝에 강이 있다. 강인지, 바다인지. 북에서 남으로 혹은 그 반대로 흐르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차는 동에서 서로 그 강을 건넌다. 잠이 덜 깼다고 생각했다. 밖을 보니 기차선로가 물 위에 떠 있다. 그리고 그 선로에서 빨래를 하는 아가씨와 눈이 마주친다. 이건 꿈인가, 생시인가. 뭐지? 어째서 선로가 물 위에 있는 거야? 어떻게 이 버스는 강 위를 건너고 있는 거지, 이건 기필코 꿈이다. 하지만 꿈치고 뭔가 묘한 운치가 있다. 아니 운치가 아니라 환상 같은? 뭐라고 해야 하지? 아. 말 그대로 은하 철도 999의 선로구나. 저렇게 해서 우주로 가는 것이군. 아니 바다로 가나. 나는 어디로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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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환상이 환상을 부르고, 꿈은 덧대어 더 큰 환상을 낳고.

그럼에도 현실은 항상 그 환상을 뛰어 넘는다.
내 여행은 단지 그걸 느끼기 위해 갔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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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6 15:00 2006/07/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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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 가는 길


에티오피아 있을 때, 한창 우기였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대부분의 도시는 고지가 높았다. 높은 곳에서의 우기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어떤 확실한 것 중에 하나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지만, 거기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알게 되는 것들 중 하나, 그런 것들.

그 곳에서의 우기는 한국에서의 장마를 연상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뭔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은, 나라는 인간의 한계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 층 내 방은 여전히 뿌옇게 흐려져 있었고, 그저 지치기만 했었다. 그 때 쯤엔 나의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렀었고, 지독한 외로움에, 타인에게 악수하는 것조차 꽤나 힘들었었다. 무엇보다 에티오피아는 여자 혼자서 여행하기에는 최악의 곳이었다. 가는 곳마다 아이들은 돈을 구걸하고, 남자들은 몸을 구걸했다. 아침 식사조차 혼자 하기 힘들었다. 당연하게 맞은편에 앉아 섹스하자고 졸라대는 그 흐릿한 눈을 보고 있자면, 식욕이 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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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의 호텔(?) 테라스(?) 이렇게 낡고 허술한 곳이다.


내가 묵었던 호텔은 가격이 싸 일본 애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었다. 그 곳의 대부분의 배낭 여행객들은 우기의 그 대단한 기운에 맥을 추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뿌연 하늘을 한 참 보다가 일층 테라스로 가면, 밥 말리나 존 레논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시시한 농담을 하는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여, 에티오피아 식 커피를 마시며 다들 그냥 아침부터 그렇게 멍하게 앉아 있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다. 시간은 더디고, 빗줄기는 강하고, 머릿속 시냅스는 온통 분절되어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하기 힘들다. 그러다 가끔 해가 날 때면 다들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 젖은 옷들과 침낭 따위를 널어뒀다. 햇볕에 바짝 마르기를, 벌레가 사라지기를, 간만에 나온 햇빛에 광합성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다시 여느 때의 그 비가 내린다. 그러면 예의 빨리 널어 둔 것들을 안으로 밀어 넣고 다시 테라스에 앉아 비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할 일이라고는 빨래를 너는 것 밖에 없는 우리는 의미 없는,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세상에서 모든 악의 원인을 돈이라고 생각해.” “결국 인간의 허영이 문제가 아니야?” “고이즈미 또 신사 참배했더라?” “아, 또 시작인 거야?” “에티오피아 남자들 다 발정인건가?” “아, 내 여자 친구는 수단에서 프랑스어 선생을 하고 있어.” “나는 아프리카에서 삼년 째인데, 이젠 아시아로 가보고 싶어.”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이 음악, 역시 너무 멋지다.” “아, 나 기타 있어.” “즉석 공연이다.” “에티오피아 여자는 예쁘지.” 그래, 확실히 에티오피아 여자들은 예쁘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은 몰려오고, 딱딱한 의자에도 엉덩이는 저리고, 쌀쌀해진다. 아니, 여긴 아프리카가 아니야. 보통 아프리카 하면 뜨거운 태양 뭐 그런 거 아니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시아 하면 전부 쿵푸, 와 비슷하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러면 자연스럽게 테라스에서 가장 가까운 방에 전부 슬금슬금 들어가서 맥주를 마신다. 술에 취해 방에 들어와 내일은 기필코 그 박물관에라도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잠이 든다. 조금은 덜 외로운 건가 하는 착각 같은 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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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의 흐린 하늘과 미친 건물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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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이렇게, 에티오피아의 모든 것은 마음이 아프고 절실할까. 왜이렇게 모든 것이 생생할까. 사진을 찾기 위해 그 때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2006/06/14 13:47 2006/06/14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