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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극 (9) 2008/06/19
  2. 바람을 가르던 그 시야의 끝 (2) 200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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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신날이 몽골리아로 가는데,
마치 내가 일 년 동안 간 곳은 조금씩 나누어서 정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일시불과 할부 같은?

이집트와 요르단을 간다고 했을 때, 이집트 사진을 방출하면서 로망을 부추겼는데
몽골리아 사진은 부추길만한 것이 없다. 카메라를 도둑맞아서.
울란바토르의 외곽에 유명한 블랙마켓(통칭 이렇게 불리는)이 있는데,
거기 갈 땐 겉옷도 벗어두고 갈 것.

가이드북 없이 여행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이렇게 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대비법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뭐 따지자면 주의해도 당하는 경우가 있으니 결국 하기 나름인 것도 같지만.
-대체로 대부분의 가이드북은 너무 겁을 준다.

고비사막에서 죽을 만큼 고생하고, 다녀와서 닷새 만에 3킬로가 빠지고- 몸살에 걸려 며칠 간 앓아눕고 나서 기분을 풀러 간 시장구경에서 앞에 당당하게 내놓은 카메라가 소매치기당하는 건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1기가의 메모리카드 안에는 석양일 때의 고비사막 모래 언덕이 있었으니까.
어린 부랑자를 따라가서 너희가 그런 얘들이 아닌 거 알지만, 혹시 그런 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알면 좀 알려달라고 사정사정, 경찰서에 가서 안되는 영어와 몽골어로 카메라 분실신고, 나중에는 대사관까지 찾아가서 이럴 때 대처방법이나 유통되는 시장을 아느냐고 전화까지 하며 난리를 쳤지만, 결국엔 찾지 못했다.

여행을 시작한 지 보름이 겨우 넘었을 때였다. 그 일로 정말로 돌아오고 싶었다. 카메라도 이렇게 간단하게 소매치기당했는데 그 이후의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내가 대처할 수 있을까, 무서웠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괜히 울고, 혼자서 자신의 실수를 곱씹으며 내장을 꼬며 방구석에 틀여박혀 있자니 우울함이 울란바토르의 그 넓은 하늘을 마구 뒤엎었다.

그때 신날에게 선물 받은 '나는 걷는다' 라는 책을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GPS에만 의지하고 걷다가 그것이 자신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땅에 묻어버렸다는 대목에서 눈물이 나왔다. 이 사람은 있는 것을 버리기까지 하는데! 거기다 자신의 방향을 일러주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도구를! 나는 단지 추억을 사진으로만 간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어 머쓱해졌다. 그 오감을 열어 느꼈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내 안에서 쌓여 갈텐데. 온갖 생각이 머릿속의 헤집었지만 말끔해졌다. 계속 걷자, 움직이자.

그래서 카메라 없이 테흘지 공원을 갔다 오고, 호수 근처를 다녀왔다. 물질적인 것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돌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은 다른 모든 곳보다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다.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너의 선물처럼, 몽골리아의 여행이 너에게 큰 선물이 되기를!
-그런 목적으로 쓴 글치고는 뭔가 위협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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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14:14 2008/06/19 14:14

출근길, 복잡한 2호선.

열심히 밖에서 노동을 한 듯한 건강한 구리빛의 아저씨, 주름은 덕분에 더 강하게 얼굴에 남아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 뭔가 맑은 눈빛을 하고 있는, 초라한 옷차림의 아저씨. 눈이 마주쳤다. 그 아저씨 옆에 비슷한 얼굴의, 조금 더 햇빛에 노출되지 않은 듯한 아저씨가 노트에 뭔가를 쓰며 지하철 노선도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대화하고 있다. "삼성, 구리....." 또 다른 기름기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참견한다. "뭐하시는거요?" "아, 이 사람 몽골에서 왔데요, 몽골." 순간, 입에서 나오는 "Sabien nu." 안녕하세요의 몽골어. 내가 아는 모든 몽골어가 머리속에서 뒤죽박죽. 한국 사람이 솔롱고스라는 건 알겠는데, 몽골사람을 몽골어로 뭐라고 하더라? 젠장,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건 그 당시에 절박했던 것들에 관한 것, 돈이라던가 뜨거운 물,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좌절하고. 기름기가 많지만 친절한 다른 아저씨가 삼성역까지 데려다주기로 하고 일단락.

그 주름이 깊게 패인 아저씨의 얼굴이 잔상으로 남아, 고비 사막과 홉스골 호수에서의 지친 몸을 달래주기 위해 찾아간 테를지에서 만난 또 다른 아저씨 얼굴이 뇌 뒤 어떤 공간에 숨겨 놨다 꺼낸 것 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한국의 초기 엑셀 차를 자기 재산 목록 일호라며, 테를지까지 가는 길에 앞좌석에 앉아 떨어지는 별동별을 보고 서툰 한국어로 대화했었다. 서툰 모국어가 가지게 하는 이국의 감정. 자기 재산 목록 1호를 팔아도 한국에는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아저씨. 덕분에 생각난 모국에 대한, 끝없이 나를 '한국' 이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좌절.

먼 곳을 볼 수 있는 몽골 아저씨는 사람이 가득한 한 치 앞이 어두운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끝이 없는 하늘과 끝이 없는 땅으로 익숙해진 그 시야의 끝은. 바람을 타던 그 몸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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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olia, near Go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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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olia, Near Gobi.

2006/09/21 10:26 2006/09/21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