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이니까 벌써 며칠이나 흘렀구나. 그 날 밤의 눈은 9시 경의 '대설주의보'를 우습게 봤던 나를 비웃는 것이었는데, 그런 적이 내 짧은 생애에 한 번 더 있다. 뭐랄까, 분명 더 있을 법한 일이지만, 나에게만은 더 크게 의미가 남아 있는.
예전에도 적었던 곳인데, 이란의 마슐레라는 산악 마을. 터키 쪽의 북쪽, 카스피 해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이 있다. 산동네에 생긴 마을치고는 꽤나 특이한 편이라 여행객들에게는 꽤나 알려져있는 곳. 하지만, 그 곳을 더 어울리게 하는 계절이라는 것이 있어서, 예를 들자면 여름의 몽골이라던가, 가을의 파키스탄이라던가, 건기의 네팔과 같이, 여행하기 좋은 때는 있는 편이라 북쪽의 산악 마을이라는 것은 여행객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
그래서, 그 작은 마을에 갔던 외국인이라고는 파키스탄에서 만난 친구와 나, 단 둘. 이란에서 여자 둘이 여행을 다니면 좋은 먹잇감이 된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그나마 호텔스러운 곳에서 작은 방 하나에 거의 10달러 이상을 부른다. 호텔도 있어보이지도 않는 그 마을에서 유일한 방법이 그 허름하고 불친절한 곳에서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무작정 다시 배낭을 들고 나와 산을 깍아 집을 짓고 그 사이에 길을 만든 그 마을을 등산하듯 오른다.
분명 집 사이를 다니는 것인데도 사람의 흔적은 드물다. 그러다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영어? 당연히 안되고, 그렇다고 내 페르시아어가 먹히지도 않고. 방법은 자는 시늉. 집을 그리고 잘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식으로 온 몸을 동원해 설명했더니, 손짓으로 따라오라고 한다. 따라오라고 하는 것 맞는 것 같다. 따라간다.
그 겨울에 땀이 범벅이 되어 도착한 곳은 빈 집. 집 한 채가 단독으로 떨어져있고, 시야는 나무에 가려져있는 편이고, 집 안은 방 한칸과 작은 부엌, 화장실로 되어 있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둘이 합쳐 6-8달러 정도. 짐을 풀고 호텔이 아닌 '집' 같은 공간을 내 물건으로 내 공간을 만든다. 배낭 속에서 나온 물건들은 항상 내가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을 금새 들게 한다.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낮에서 밤이 되고, 어의 없는 마을의 전경이 익숙해질 무렵, 발에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도대체 사람 다니는 길에 뭐냐! 라고 화를 내며 봤더니 굴뚝처럼 생겼다. 굴뚝? 굴뚝? 아직도 난 이 마을에선 이방인임을 확인해준다.
뭐 특별하게 볼 만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여기까지 오는 것이 너무 지친나머지, 어서 떠날 계획은 세운다. 마을 한 바퀴돌고 하룻밤 잤으니 이 마을을 떠나자며,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잠이 든다. 사락사락, 우리집 지방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니, 어쩔 수 없지.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매일 같이 참으며 지낸다니 대단하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음 날, 추워서 눈을 뜨니, 눈이 내리고 있다. 분명 어제 밤에 그렇게 늦게 잠들 때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던 그 곳이 새하얗게 변해서 다시 낯선 곳으로 변했다. 우리가 빌렸던 집은 마을 어귀에서도 한 참을 올라온 집, 오늘 내려가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상태. 쉽게 단념한다. 기간이 정해져 있는 않은 여행이란 항상 이런 식이다.
단 몇 시간만에 그렇게 쌓인 눈을 믿을 수 없다. 층층히 쌓인 집 사이로 눈이 쌓여 마치 하얀색 크리스마스 트리같다. 밥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온 몸이 젖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는 막막한 고립상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기분. 앨리스들을 구출하기 위해 미로의 왕이 나타나 먹을 것을 던져준다. 지겹도록 먹었지만 질리지 않은 걸레빵, 그리고 어제 마을을 다니다 만난 신혼부부가 준 이란의 전통 음식. 하루종일 그것만 먹고 있다가 눈이 그치기에 다시 한 번 길을 나선다. 누군가가 급하게 나를 불러 가봤더니 자기네 집에 가잔다. 이란에서는 흔한 일, 망설임없이 따라간다. 마슐레에 있는 가장 오래된 집이란다. 벽을 뚫어 난로를 만들어놓아 온 집안이 훈훈하다. 차이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본격적으로 아줌마 할머니는 물건을 팔기 시작한다. 산 것은 귀여운 버선 두 쌍.
다시, 이제는 익숙한 집으로 돌아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여독을 풀고, 남았던 음식을 먹으며 무언가 응어리졌던 것을 아주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한다. 혼자였으면 외로울 그 곳을 그 친구와 함께라서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해는 높이 뜨고, 높은 곳에 있는 눈들은 녹기 시작한다. 망설이다 결국 가방을 들쳐매고 다시 길을 나선다. 친절한 아저씨가 미끄럽기 짝이 없는 그 길을 잡아주고 이끌어주고 마을 어귀까지 데려다준다. 막 눈이 녹기 시작한 그 곳은 도착한 그 날과는 또 달라서 나는 어쩌면 이 곳을 영원히 막연히 꿈꾸는 어딘가로 기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끝없이 그리워할 거라고.

내 동화 속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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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로 오랑꼐~
딸기뿡이 댓글을 지워버렸다. 흑흑- -
아니 페트라 사진 잘 나왔네?
난 2002년 멍청한 디카랑 동행했던 시절이라, 화질 영 엉망이었는데...
저도 뭐- -; 이 디카 성능이 크게 좋다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