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아프지 말고!
그게 젤 서러워
맞아,
또 말라리아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이번에는 약간 다른 버전,
같은 상황이라도 느꼈던 것들은
말 그대로 백만가지가 넘으니까,
그 중 말하지 않았던 경험.
뭔데?
나는 그러니까 이제 혼자서 아픈 건 사실 생각보다
엄청 잘 견디게 된 거야.
두 번째로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아프리카에서 휴양지로 유명한,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에 있었거든
한국인들에 있어서 괌 정도랄까, 하여튼 그런 느낌.
어떤 분위긴지 알 것 같아.
그래, 야자수가 있고, 하얀 모래가 있고, 해먹이 있고,
바다는 상투적인 에메랄드 빛, 언제나 들어가도 딱 좋은 바닷물 온도,
뭐 그런 곳.
왜 그리고 그런 곳엔 말이야,
괜찮은 바닷가 옆으로 호텔 촌이라고 해야 하나,
커플이나 가족 단위로 쓸 수 있는 개인적인 움막(?)들이
각각 세워진 일종의 리조트들이 섬에 널려 있잖아.
그런 델 니가 왜 가니?
혼자였잖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해변을 가고프면 그 섬의 유일한 번화가에서 차를 타고
그나마 길이 있는 섬 중앙 부분에서 내려서,
숲을 헤치고 해변까지 가야하는 거야.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해서 바닷가에 가진 않잖아?
다들 지무시라고 하던가 하는 봉고차에 대량의 여행객들을 태우고
한 번에 그 해안가로 가게 되는 거지.
섬인데도 바다를 보려면 그런 방법밖에 없고,
숙소에 대한 선택의 여지도 너무나 협소했어.
그래, 알았어,
근데 그래서 말라리아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 거야?
들어봐, 이제 나오니까.
그 섬의 도심지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말이야.
싼 호텔에서 세팅해준 구멍이 난 모기장을 테이프로 철저히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발견하지 못했던 모기장의 구멍을 발견했어.
하루 정도야 뭐, 라고 생각했는데-
그 승합차를 탄 순간부터, 말라리아에 대한 고유한 느낌이 오는 거야.
그런 느낌이 있어?
응,
너무나도 확연하게, 부정할 수 없는 이 병이구나 하는 느낌이 말라리아에는 있어.
맹장염이나 편두통처럼 특정한 부위가 아픈 것도 아닌데
몸에서 '이건 말라리아야' 라는 말을 마구 쏟아내는 듯한 그런 느낌.
하지만, 난 이미 버스에 탔고 돌아갈 수도 없고 정신이 없잖아?
그 느낌이라는 것이 마치 점점 의식을 놓고 싶어지는 그런 거라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
잠깐의 기절이 무한 반복.
그러니까 잠시 기절했다가 깨면 해변에 도착, 다시 자다가 깨면 또 다른 해변
이런 식이었던 거야. 그런데 그나마도 그 해변에 있는 리조트는 비싸서
그렇게 아픈 대도 흥정을 하고 자지 않겠다며 고집을 피우기까지 했지.
도대체, 넌.
나도 내 몸에 대한, 혹은 건강에 대한 믿음이 너무 과했었던 거지.
그러다가 도미토리방이 있는 리조트에 운전사가 내려줬어,
그 리조트가 사람은 없지만 아는 사람만 오는 아주 조용하고도 너무나 아름다운 그런 곳이었어.
그건 일종의 불행과 행운은 함께 오는 그런 경험의 시작이었던 거야.
그때 그곳이 처음부터 목적이었던 영국인 커플과 함께 내렸지.
그래서? 걔들이 좀 도와줬니?
글쎄.
아무래도 말라리아에 걸린 것 같다니까 괜찮으냐고 한 두어 번 챙겨주긴 했지.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지.
하지만 그리곤 한 30평은 족히 넘어 보이고
침대가 25개가 쫙 펼쳐져 있는 도미토리방으로 나 혼자 들어갔어.
유일한 도미토리 손님이었어, 내가.
아까 말했듯, 이런 곳에는 기본적으로 다들 hut에 자기만의 공간에 들어가니까.
그 커플도 마찬가지였고.
그게 불행이지,
혼자 25개의 침대 중 맨 마지막 침대에 누워 기절하고 깨고 정확히 24시간을 그렇게 앓았어.
나 한국에 와서 재발했을 때 119에 실려갔잖아, 파랗게 질려서. 그런 상태였던 거야, 딱 그대로.
너무 아파서 잠도 오질 않아, 신음은 저절로 나오고, 그러다가 기절해버리는 거지.
약을 먹고 물을 마시고, 아무런 음식을 먹을 수조차 없었어. 아니 일어나지도 못했으니까.
정말로 너무 아파 울면서 진심으로 그냥 계속 기절해있었으면,
아예 일어나지 못했으면 하고 바랐어.
기절하고 정신이 들 때마다 옆의 빈 많은 침대을 보면서,
마치 내가 유령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
다음번 정신이 들 때도 계속 아프면 응급실로 가자고 생각을 했었지,
한 스무 번은 넘게 그랬었나봐.
....
아프리카 말라리아는 한국형이랑 달라서 그렇게 하루가 미친 듯이 아프고 나면
그 다음 날은 거짓말처럼 괜찮아. 마치 평생 걸린 몸살감기가 하루에 몰려서 오는 것과 같거든.
그때부터는 나름 행운이었지, 휴양하기에 여기만큼 좋은 곳이 어디에 있겠어?
해먹에서 낮잠을 자고, 바닷가에서 사람들과 노닥거리고, 바닷물에도 살짝 몸을 담그고,
그늘에서 책을 읽고, 그 해안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생선을 먹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거야.
그러다가 그 영국인 커플의 hut을 볼 기회가 왔지.
그래서?
마치 행복이 상대적인 것 같았어. 나아서 다행이라고 몸이 아프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즐겁고 좋았는데 함께 그렇게 그런 오두막에서 즐겁게 보내는 모습에
혼자서 앓았던 내 모습이 겹쳐지는 거야. 우울 역시 상대적이지,
그 그림이 그 하얀 침대들의 배경들이 어찌나 회색빛이었는지.
다시는 혼자서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너무나 내가 불행하게 느껴졌거든.
하지만 우스운 건,
혼자서 다니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이행보다는,
혼자서 아파도 더는 그때보다는 서럽지 않겠구나 싶어서
별로 혼자인 것이 두렵지 않다는 거야.
정말 우습지 않니?
'말라리아'에 해당되는 글 1건
- 혼자 아프지 말고. (6) 200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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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하다.ㅜ_ㅜ 그래, 부디 혼자아프지 말고. 아니 아예 아프지 말구!!! 조금이라도 피곤하거나 안 좋으면 무조건 푹 쉬고!!!
그래, 우리 혼자서 아프지 말자! 아니 넌 혼자서 아프지 않겠구나? 히히 여튼 몸이 최고!
아...언니. 나 눈물을 꾹 참았어.
왜 난 말라리아 얘기만 들으면 막 미안해지는지 몰라.
공부를 핑계삼아 무심함을 합리화시켰던 개념없었던 그 때의 내가 부끄러워.
그리고.. 이렇게 잘 견디고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뭘^^ 쑥쓰럽잖아^^;
미안한 마음 가질 필요 전혀 없음, 괜찮아 충분히 전해졌어. 그리고 이해할 수 있고- 나라도 그랬을꺼야.
너도 열심히 견뎌서 훌륭한 선생님이 되었는데 저 정도야 뭐! 으히히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
젊을 때엔 하나의 해프닝으로 소주잔을 기울여가며 얘기를 나눌 수 있어도
내 자식이 그랬다면.. ?
40대 후반에 와선 자신있게 뭐라 말은 못할 것 같은 마음-
이런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 해 줄 수식어가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와나님의 결말에 대한 반전을 이런 마음 때문에 공감이 되는건지,
아니면 시퍼렇게 되어서 숨이 할딱할딱거리며 엠블란스에 실려간 처지가
비슷해서 그런건지.. 어쨌든 마음이 아립니다. 참 많이요.
부모님께는 말씀을 저렇게 상세히 못드리지요.
불효녀에요-_-
가야하고 해야하고 하는 자식을 못 말리시겠지만,
그걸 또 지켜보는 마음이 어떠실지 상상만해도 힘들거든요.
그래도 혼자서 잘 헤쳐나가겠구나 그런 마음으로 부모님들은
믿으실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