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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의 생일 (11) 2006/08/22
바람의 생일
from palm : daily stuff 2006/08/22 11:43

-생일전야제.

어쩌다가(내가 우겨서/나리신이 날짜를 착각해 사람들을 부르는 바람에?) 8월 18일이 아닌 8월 17일에 줄래줄래 구사장이 운영하는 카페'정원' 에 갔다. 아무 생각없이 늦어 특히 신나리 양에게 쿠사리 먹다.

십여년 전(아니 이십여년 전이구나)에 내 양력 생일의 음력이 칠월 칠석이었다. 전래 동화 따위를 좋아하는 나는 칠월 칠석에는 비가 온다는 것을 꽤나 진지하게 믿고 있었고, 내 생일 때마다 비가 많이 온다는 것과 그 해의 음력이 칠월 칠일이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로 내 생일엔 언제나 비가 온다고 생각했다. 그게 생일에 대한 내 생애 첫번째 기억이다. 아마 6살 무렵이었다. 연관없는 것을 가져다 의미있게 만드는 것과 같이 혈액형으로 성격 나누길 좋아하는 한국인의 습성과 맞물려져 그 때의 기억은 나와 비가 무언가의 끈이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사실 8월 중순은 장마 중간의 무더위의 때라 비가 많이 오는 때는 아니다. 운이 좋다면(?) 태풍이 북상하고 있을 때인데, 그게 또 못견디게 좋다. 특이한 사건, 일상적이지 않는 무엇, 그에 대한 열광은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여하튼, 이번 생일도 막 태풍- 그 이름도 귀엽기 그지 없는 '우쿵'-이 북상할 때였다.

그 전날까지의 무더위가 거짓말 같이 사라지고, 태풍의 묘한 기운이 땅이 두근거리는 듯한 기분이, 거센 바람과 함께 비일상을 만들었다. 북태평양의 공기를 가지고 바람이 불었다. 카페 정원의 뚫린 하늘을 통해 그 바람을 느꼈다. 바람이 너무 좋다고ㅡ 바람이 정말 좋다고. 편안한 사람들과의 따뜻한 대화도  샴페인도  선의도 바람을 통해 승화되었다. 그 때 우리를 나른하고 기분 좋게 한 것은 바람이었다. 실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고마웠다.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사람들, 지금은 바람이라고 부르는 것, 여유롭지만 확실하게 따뜻함을 건네주는 것들-
아직은 완전히 내려 앉을 때가 아니다. 나는 비의 생일이 아니라 바람의 생일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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