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 친구 따라 강남도 아니고 로마까지 다녀왔다. 개념 없이 그냥 다녀올까? 해서 갔던 곳이라 근처에 바티칸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큰둥, 거기에 뭐가 있는지도 하나도 알아보지 않은 채, 돌아다니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혹은 약간은 피로에 지쳐. 여하튼 그렇게 유쾌한 상태는 아니었다. 다녀오자마자 유럽인상기라고 쓴 게 왜 유럽을 가는지 모르겠다는 식이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에 이상할 정도로 생각이 나는 거다. 아침의 싸한 공기라던가 맛난 빵이라던가, 던가, 던가.
뭔가 드디어 이탈리아 구나, 유럽이구나 싶은 정경을 찍고 싶었달까; 노천카페야 말고 그 중심.유명한 이 분수에 가서도 분수보다는 사람구경에 정신이 팔렸으니.... 당당히 사람들이 던지 돈을 줍는 이 아줌마 구경에 한참을 이 분수 근처에서 보냈다. 이 아줌마는 결국 경찰한테 끌려갔다.
여기가 판테온인 걸 알고 얼마나 놀랬던지; 그 유명한 분수에서부터 명품거리를 지나 사람들이 뒷골목으로 빠지기에 뭔지 모르겠지만 따라가 보자 하면서 쫓아갔더니 생뚱맞게 웬 둥그런 건물이 사람들이 다니지도 않을 법한 광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그런 이상한 경로로 그곳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은 듯-_-) 그게 전부 볼 것보다는 먹을 것을 중시하던 습성 탓이다. 가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카페를 찾아 헤맸었거든.
그러니까 로마는 결국 '어찌하다 보니' '걷다 보니' '우연하게' 가 계속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기도 뭔가 유명한 광장.....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던 광장이다. (그러니까 난 지명을 외우는 데 익숙하지 않다= 지명 못 외우고 거기다 게으름에 찾을 생각도 없다) 역시 광장의 중심인 말 타고 있는 유명인보다는 뭔가 하얀 모자가 멋있어 보이는 여자 경찰 언니에 눈길이 간다. 그래서 로마 여행기엔 건물보다는 사람, 사람보다는 음식이 테마였던 건가.
그 광장 뒤편에 있던 건물과 건물 사이의 다리, 저걸 또 특정한 단어로 지칭하던데 기억할 리가 없다. 당시 같이 여행하던 친구가 이런 건축물에 관심이 많아 참고 자료로 찍어달라고 해서 찍었는데 생각보다 느낌이 좋다. 하여튼 어디든 관광객이 가득한 로마였던 것이다. 이런 골목조차!
그러나 저 사람 많은 골목을 지나서 갑자기 이런 풍경이 나왔을 땐, 다시는 뭔가를 보고 감탄하지 못하겠지 하던 나의 오만함이 단숨에 무너졌다. 말 그대로 turn the corner 했더니 이런 옛 도시의 망령이! 깜짝 놀랐다. 이런 것이 바로 지도나 가이드북을 보지 않은 장점? 지금까지 흩어져있던 로마시대의 유적을 터키, 시리아, 요르단, etc에서 지겹도록 봐 로마 관련은 무조건 지겨워했었는데, 죄송합니다. 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역시 중심으로 가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관광객이 가득한 유적지를 보면 언제나 마음 깊은 곳의 공허함을 감출 수가 없다. 유적지가 크고 굉장할수록 더더욱 느껴지는 안타까움.
시대가 몰락하고 건물이 무너져도 들꽃은 계속 피는구나- (나름 하이쿠)












댓글을 달아 주세요